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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Comp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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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손님.”
“왜요?”
“저, 여기서 이러시면 다른 손님들한테 방해가 돼서 그러는데.”
“방해요? 무슨 방해?”
“음식점이다 보니까 다른 손님들한테는 피해가 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무슨 피해?”
아기 엄마가 짜증 난다는 듯이 대꾸했다.
“화장실에 가시면 기저귀갈이대가 있으니까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뭐라는 거야, 이 여자가. 그러니까 지금 우리 아들 똥이 더럽다 이거야? 애기 똥이 뭐가 더러워? 다 분유인데 뭐가 더러워? 난 밥에 섞어서도 먹겠다. 기가 막혀 진짜. 화장실까지 가는 동안 애기 똥 바닥에 줄줄 흐를 수도 있어! 그러지 말라고 내가 배려해줬더니. 손님한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당신 교육 이따위로 받았어?”
“그런 게 아니고요, 손님.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손님들이 식사하시다가 역겨우실까 봐…….”
“뭐?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역겨워?”
자신을 이리로 보낸 남자 손님의 말을 의식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역겹다는 표현을 써 버렸다. 점원은 다급하게 입을 막았지만 아기 엄마는 이미 폭발을 한 이후였다.
“지금 뭐라 그랬어? 지금 우리 아들보고 역겹다고 그랬지?”
“아니요! 그게 아닙니다!”
“그랬잖아!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야, 너 몇 살이야? 몇 살인데 이따위 지랄이야!”
아기 엄마의 목소리는 점점 더 격앙되었다. 나중엔 발악하듯 소리를 지르며 매니저 나오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매니저는 부재중이라고 양해를 구하자, 아기 엄마가 분을 못 이기고 점원의 따귀를 때렸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리는지 소란을 잠재울 생각은 않고 더더욱 진상을 부리며 점원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외국 나가면 전부 식당에서 기저귀 간다, 무식한 년, 무식하니까 이런 데서 서빙이나 하고 있지, 나중에 네 애기가 이런 취급당하면 좋겠냐는 등등의 말을 두서없이 쏟아 내며, 아기 엄마가 정신없이 소란을 부리던 중.
“야.”
언제부터 다가와 있었는지, 점원에게 심부름을 시켰던 남자가 점원에게로 다시금 손찌검을 하려는 아기 엄마의 팔을 붙잡아 막았다.
“악쓰지 마. 시끄러워. 가뜩이나 선보기로 한 여자 안 나와서 짜증 나 죽겠는데 나이 든 여자 떽떽거리는 꼴까지 봐야 하나?”
“이 남잔 또 뭐야?”
“그걸 네가 알아서 뭐하게. 입 닫고. 네 애새끼 역겨우니까 여기서 데리고 꺼져.”
젊은 남자의 기세는 확실히 여자 점원에 비해 무섭다. 아기 엄마는 약간 움츠러들었다가 주변의 눈을 의식하곤 목소리를 더 크게 키웠다.
“당신이 뭔데 꺼지라 마라야? 당신이 여기 사장이야?”
“사장이면 꺼지나? 그럼 내가 오늘부터 여기 사장할 거니까 당장 꺼져. 야, 멍청하게 울고 있지 말고 가서 너네 사장한테 가서 내가 이 가게 산다고나 말해.”
남자가 아기 엄마에게 당하고 있던 점원을 향해 말했다. 점원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자기네들끼리 난감한 시선만 교차했다.
“허, 허세는!”
아기 엄마가 끝까지 자존심을 세워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남자는 그녀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고는 품에서 지갑을 꺼내 들었다.
“보통 이러면 다 믿더라고.”
그러고는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뭉치로 꺼내 아기 엄마 앞에 보란 듯이 뿌렸다. 아기 엄마의 눈에 놀람이 스치는 걸 보면서, 남자는 지갑을 도로 제자리에 넣었다.
“이 가게는 내가 알아서 살 테니까 넌 이거나 주워 먹고 꺼져.”
아기 엄마는 얼굴이 빨개져선 짐을 바리바리 싸기 시작했다. 그러곤 흥이라든지 쳇 소리를 내며 투덜거리다가 얼른 카페 밖으로 사라졌다.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손님.”
잠잠해진 가운데 아기 엄마에게 당한 점원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인후는 그 인사에 화답하기는커녕 탐탁지 않은 눈길로 점원을 빤히 보았다.
“내가 역겨우니까 꺼지라고 전하라고 했지? 왜 제대로 전달 안 하고 일을 이따위로 만들어? 멍청이야?”
“죄송합니다…….”
인후의 다그침에, 점원은 차마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풀이 죽었다. 그사이 다른 점원들은 바닥에 흩어진 지폐를 쓸어 모아 탈탈 털곤 남자에게 내밀었다.
“뭐.”
인후가 어쩌라고? 하는 눈빛으로 지폐를 내미는 점원을 보았다.
“네 눈엔 내가 땅에 떨어진 돈 주워 쓸 놈으로 보이냐?”
점원이 뭐라 말을 못 하고 쭈뼛거렸다. 그러던 중 남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 들며 아기 엄마에게 당한 점원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쟤나 주든가.”
귀찮다는 듯이 말하곤 카페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전화를 받았다.
“왜.”
-본부장님, 선 잘 보고 계신 거죠?
“누가 이 카페 약속 장소로 잡았어?”
-제가 했죠?
“넌 감봉이야.”
-왜요!
“너 때문에 역겨운 꼴 봤으니까.”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고요. 회장님이 걱정이 많으세요. 선 잘 보고 계신 거 맞죠?
“아니.”
-왜요! 혹시 여자분한테 실수……!
“여자가 안 왔어.”
-예에?
“여자가 안 왔다고. 세 번 말하게 하지 마. 짜증 나니까.
-본부장님!
인후는 애처로운 선재의 외침을 무시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러곤 조금 전 아기 엄마를 붙잡았던 손을 기분 나쁘다는 듯 탁탁 털곤 카페 문을 향해 걸었다.



카페 문이 열렸다.
카페 밖으로 나가려던 인후와, 카페로 돌아오던 시연이 딱 마주쳤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간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허시연 씨?”
인후가 먼저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시연은 대답 없이 여전히 당황한 눈길로 그를 보다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선글라스를 자연스럽게 다시 썼다. 그러더니 몸을 뒤로 돌려세워 인후를 두고 걷기 시작했다.
“이봐, 허시연 씨.”
인후가 뒤따르며 그녀를 불렀다. 시연은 못 들은 척하며 걸음에 더 속도를 붙였다.
읽던 책을 두고 간 게 생각나 다시 돌아온 게 실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두 시간쯤 뒤에 찾으러 올걸. 아니, 그냥 버리고 새로 살걸.
약속 시간 3분 전까지도 안 나타나기에 안 오는 줄 알고 안심했더니 이렇게 마주칠 줄이야.
따라오지 마. 그냥 선보는 남자가 약속 시간까지 안 나타난 걸로, 그냥 그렇게 마무리 해 줘.
간절하게 바라건만 인후는 도무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시연은 다급한 마음에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다다다 수없이 눌렀지만 엘리베이터는 감감무소식이었다.
결국 인후가 먼저 도착해 그녀의 옆에 터벅터벅 섰다. 시연은 버튼에서 손을 떼고 대신 이어폰을 꺼내 귀에 꼈다.
“어이, 허시연 씨.”
시연은 이어폰 때문에 못 듣는 척하며 꿋꿋이 버텼다.
“왜 그래, 내가 마음에 안 들어?”
인후가 미처 기기와 연결되지 못한 이어폰의 연결 단자 부분을 쥐어 건네주며 물었다. 시연은 잠깐 당황했다가 얼른 인후의 손에서 이어폰을 낚아챘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입을 뗐다.
“Sorry. I can't Korean. 한쿡말 모태효. 미아해효.”
어눌하게 말하자 인후의 한쪽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
“왜? 영어보단 훨씬 잘하는데.”
무안하지만 내색할 순 없었다. 시연은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못 들은 척했다.
곧 텅 빈 엘리베이터가 그들 앞에 도착했다. 시연은 냉큼 올라타 열심히 닫힘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인후를 막긴 역부족이었다. 인후는 미소를 띤 채 바깥의 버튼을 꾹 누르고 있다가 여유롭게 움직여 그녀의 옆에 탔다.
두 사람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후는 별달리 말은 걸지 않고 대신 그녀를 노골적으로 빤히 보았다. 시연은 그의 시선을 의식하며 괜스레 헛기침을 흠흠 했다.
그러다 그녀의 휴대폰이 메시지가 왔음을 알리며 진동했다. 시연은 어쩔까, 고민하다가 인후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메시지의 내용을 슬그머니 확인해 보았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지금 사모님 오셔서 병원 물건 다 빼고 있어요!]
그러다 화들짝 놀라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선글라스를 벗었는데도 눈앞이 캄캄했다.
큰일 났다!
그녀는 더는 인후를 의식할 정신도 없이 다급하게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정 본부장 비서 전화 받았어. 너 선보러 안 갔다며? 엄마는 약속한 대로 하는 거야.
“엄마, 그게 아니라! 나 선보러 왔어. 분명히 왔는데……!”
-됐어.
전화가 툭 끊겼다. 시연은 충격적인 소식에 아찔해지는 걸 느끼며 잠시간 멍청히 굳었다. 겨우 정신을 되찾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봤지만 소용없었다. 시연은 자기 번호를 수신 거부한 게 분명한 엄마 폰에 얼른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엄마! 내가 가서 설명할게. 지금 바로 갈게! 조금만 기다려 줘!”
시연은 침착하려 애쓰며 전화를 끊은 후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의 층수를 확인했다.
“한국말 잘하네, 허시연 씨.”
인후의 빈정거리는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연은 그저 초조하게 얼른 주차장에 닿기만을, 얼른 도착하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29층에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며 문이 열렸다.
하지만 타고 내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다시 두 사람만 실은 채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어?”
그러다 갑자기 엘리베이터 안의 불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마저도 곧 꺼지더니 비상등만 희미하게 들어왔다. 간신히 침착함을 유지하던 시연은 냉정함의 끈이 픽 끊기는 걸 느끼며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게 뭐야! 여보세요? 무슨 일이에요? 이게 무슨 일이에요? 내려 줘요!”
엘리베이터가 멈춘 것보다 시연이 도도한 척했던 걸 잊고 난리를 치는 게 더 당황스럽다. 인후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다가 비상등 불빛 아래 겨우 보이는 비상벨을 찾아 손을 뻗었다.
하지만 시연이 더 빨랐다. 그녀는 다급하게 인후의 앞을 스쳐 인터폰 쪽으로 가서는 벨을 힘차게 눌렀다.
“계세요? 여기 엘리베이터가 멈췄어요!”
-예, 고객님, 제 목소리 들리십니까?
“네, 들려요!”
-죄송합니다. 지금 예기치 못한 정전이 발생했는데요. 지금 엘리베이터 안에 몇 분이나 계십니까?
건물 참 지랄 같네.
조금 전 카페도 엉망이더니 정전까지.
확 사서 전부 무너뜨려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인후가 인상을 쓸 때였다.
믿을 수 없는 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 명요. 저까지 포함해서 총 세 명이에요.”

작성일 2019.08.02 13:00:12
최종수정일 2019.08.02 1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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